본문 바로가기

센터언론보도

  • [문화일보] '가족간 살해’ 참극뒤… 더 비참해진 ‘미성년 유족’
  • 등록일  :  2016.04.08 조회수  :  4,353 첨부파일  : 
  •  

    

    

    

    

    


    원영이 누나’ ‘부천 여중생 오빠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자신의 가족일 수밖에 없는 가족 간 범죄의 남겨진 미성년 유가족에 대한 제도적 지원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18) 군 형제의 아버지는 2014년 살해당했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A 군의 어머니. 아버지는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A 군 형제와 어머니를 괴롭혔다. 학교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것은 물론, 어머니와 A 군 형제를 폭행하고 욕설을 일삼았다. A 군의 소원은 아버지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였고, 결국 그 바람은 어머니에 의해 현실이 됐다. 어머니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졸지에 고아 아닌 고아가 돼버린 A 군 형제에게 경제적 지원은 물론 후견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유일한 친족인 친할머니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후견인이 되기를 거부했다. 피해 유가족에게 지급되는 살인 피해 유족 구조금도 받지 못했다. 가해자인 어머니가 구조금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장 아버지의 장례비용과 생활비 등이 필요했고, 죽은 아버지의 빚을 떠안지 않으려면 상속 포기를 해야 하는 등 A 군 형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절차와 과제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곁에 아무도 없었다. 사건 발생 석 달 뒤, A 군 형제의 사연이 사단법인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알려지고 나서야 긴급생계비와 장례비 지원이 이뤄졌다.  

     

    A 군과 같은 가족 범죄 사건의 미성년 유가족에 대해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선에서 활동하는 범죄피해자 지원 단체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7가족 범죄 사건의 미성년 유가족의 경우 법적인 보호 장치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지만, 피해자 쪽 친족은 살인자의 자식이라며 후견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가해자 쪽에서 거두게 되면 출소 후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측에 따르면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이나 시민들의 기부금 등을 받아 미성년 유가족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시적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어 장기적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수적인 사람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지원금 신청부터 지급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많고, 가해자가 지원금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아예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이용우 서울중앙센터장은 갑자기 가정이 파괴된 가족 범죄 미성년 유가족은 심리적·경제적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되거나 담당 경찰·검사를 잘 만나 지원을 받는 경우는 아직 소수고, 대다수 아이들은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지원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체성 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미성년 유가족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강력범죄 피해자 심리 치료 등을 담당하는 김태경 서울스마일센터장은 가족 범죄 사건의 미성년 유가족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평생 짊어지고 살게 된다자신을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가해자의 피가 흐른다는 죄책감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미성년자들은 사건에서 자기 자신을 분리하지 못해 자살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남겨진 미성년 유가족에 대한 심리적 트라우마 치료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영·이후연 기자 esther92@munhwa.com